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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간 까닭

COCOA MIN 2006. 12. 3. 22:27

2006년 12월 3일 (일) 20:05   매일경제

[이슈분석] 강남 부자들 베트남 간 까닭은

지난주 말 베트남 호찌민 신도시의 한 고급아파트 분양 현장.



한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현장 분양사무소장에게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들은 한 시중은행의 청담동지점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베트남까지 날아온 거액 자산가들이다.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PB고객 이 모씨(62)는 "한국은 각종 부동산 규제로 더 이상 큰 돈을 벌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렸다"며 "같이 온 사람들은 같은 은행 지점에서 주로 거래하는 동네 주민들로 관광 겸 투자견학을 위해 베트남을 찾았다"고 말했다.

모 은행 대치지점에서는 부지점장이 PB고객 10여 명을 이끌고 호찌민 고급빌라 현장을 찾기도 했다. 동행한 고객들은 호찌민시 고급아파트와 주상복합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 강남 30평 아파트 한 채 값으로 서너 채 구입 가능?

=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베트남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투자목적 해외 부동산 취득에 100만달러까지 해외송금이 가능해졌다. 그 동안 투자처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적은 돈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베트남이 투자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1가구 2주택으로 강남에 중소형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도 내년 양도소득세 중과 전에 한 채를 정리해 베트남에 집을 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PB전문가들이 전했다.

한 은행 청담동지점 관계자는 "강남에서 30평형대 아파트를 하나 팔면 베트남에선 비슷한 아파트 서너 채를 살 수 있다"며 "몇몇 고객들은 관련 비용을 자기가 낼테니 은행 PB가 동행해 투자상담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대치지점 관계자는 "은행 지점 차원에서 10월과 11월 두 차례 PB고객 대상 베트남 현지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은행 본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PB들이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고 투자설명회에 동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 대치지점 PB고객인 최 모씨(48ㆍ의사)는 투자설명회 이후 개인들끼리 20억원 정도 펀드를 조성해 새로 짓는 고급아파트 장기임대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최씨와 투자자들은 임대사업을 통해 연 10% 수준 임대수익과 가격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씨는 "2주택 보유자라 내년 이후에 팔면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하나를 정리해 베트남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이 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 현지 세미나 잇따라 개최

=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국내 부동산 컨설팅회사에서는 투자자들을 모아 관광과 투자탐방을 겸한 프로그램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지에는 한국인 부동산 중개업체 70여 곳이 성업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베트남 호찌민, 붕따우, 롱하이를 탐방하는 해외투자 프로그램을 내년 1월 22일부터 27일까지 4박6일간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금호아시아나가 짓고 있는 '아시아나 플라자' 사업진출 브리핑 △대원칸타빌 아파트ㆍ오피스 건설현장 및 모델하우스 견학 △베트남 주식시장 견학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부동산 소유에 대한 법적 문제와 과실 송금에 관한 부분을 전문가들을 불러 들어볼 예정이다. 주최 측에서는 삼일회계법인 부동산컨설팅 담당 이사, 베트남 우리은행 지점장, 투자개발업체 대표, 현지 변호사 등이 동행한다.

해외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K에셋은 그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베트남 현지에서 부동산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별한 광고 없이 서울 압구정동, 대치동, 도곡동 등 부유층 거주 아파트에 단지 내 광고만으로 매회 20명 이상 참가자를 모집했다.

회사 관계자는 "3박5일 일정에 참가비가 180만원으로 일반 여행상품에 비해 3배나 비쌌지만 매회 선착순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며 "내년에는 최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두바이와 캄보디아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오는 등 베트남에 대한 주식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속속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운용은 지난 9월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한국운용은 이에 앞서 6월에 베트남 장외주식과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했다. 이 상품은 판매 5영업일 만에 520억원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도 베트남 하노이 현지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았고, 동양종금증권도 지난달 호찌민 사무소를 열었다. KTB도 베트남 기업과 부실채권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현지에 인력을 파견한 상태다.

◆ '묻지마 투자'는 금물

=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재테크팀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임대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라 수년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해외 투자는 현지 사정에 어두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투자 대상국 환율이나 경제동향 등도 잘 살펴야 하며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