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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지역 땅샀다 돈날린 사람들..

COCOA MIN 2007. 3. 19. 12:39

2007년 3월 19일 (월) 03:27   조선일보

'개발지역' 땅샀다 돈날린 사람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이경순(가명)씨는 2004년 무허가 토지 판매 대행을 담당하는 속칭 기획부동산업체 직원의 말만 믿고 현대제철 당진 공장 인근 염전(鹽田) 부지 450평을 평당 37만원에 매입했다가, 투자금의 반 가까이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씨는 당시 “이 지역에 제철소가 들어서는 등 크게 개발될 것”이라는 말에 선뜻 1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분양 업체는 지난해 사기 혐의로 구속된 ‘기획부동산 업계의 대부’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이 운영하던 곳. 김 회장은 염전 5만5000평을 평당 10만~15만원에 사들여 투자자 200여명에게 평당 25만~38만원에 분양했다. 하지만 지난해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토지 수용가는 평당 21만~24만원. 2~3배의 투자 차익은커녕 평당 4만~17만원씩 손해를 보게 됐다.

 



◆“경험 없는 투자자, 당하기 십상”

현재 손실을 입은 투자자 200여명 중 100명은 “수용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건교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裁決·수용가 적정 여부에 대한 재심사 및 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나머지 100명은 이미 손해를 본 상태에서 보상금을 받았다. 현대제철 측은 “이 지역은 지방산업단지로 지정돼 법 절차에 따라 보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합의가 안 되면 보상금을 공탁하고 토지를 강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금 일부(6500만원)를 이곳에 투자했던 김모(자영업·경기 평택 거주)씨는 “투자 손실에다 취득·등록세를 합쳐 모두 3000만원 가량을 날렸다”며 “경험도 없는 일반 투자자가 막연한 개발 호재만 믿고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행정도시와 기업·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지방 땅에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했던 중산층·서민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나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등이 전하는 개발 소식만 믿고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지만, 실제 정부가 내놓는 토지 수용가는 이들의 투자금액에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 없이 행해졌던 투기(投機)성 투자의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행정·기업·혁신도시 등 전국 곳곳도 엄청난 피해자 예상

지난해 보상이 마무리된 행정도시에서도 이처럼 손해를 본 이들이 600명 전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거주 정모(여)씨는 2003년 충남 연기군·공주시 일대에 행정도시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투자에 나섰다. 그는 부동산중개업소 말만 믿고 연기군 동면 소재 임야 1만2000평을 평당 10만원씩 12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토지공사의 실제 보상가는 평당 5만~6만원. 6억원에 가까운 손해가 불가피해졌다. 토공 측은 “연기군 일대의 토지 가격이 정점에 이른 2003년 이후 토지를 사들였던 외지 투자자 600여명이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다음달 보상 시작을 앞두고 있는 강원도 원주 기업·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원주시와 토공은 임야 5만원, 농지 15만원 선의 보상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보다 2~10배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경우가 많다. 현지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보상가가 5만원인 임야를 심지어 50만원에 산 경우도 있다”며 “보상 협의를 위한 주민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진통이 크다”고 말했다.

◆임야 등 맹목적 투자가 화근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것은 이미 개발 호재로 인해 높은 가격이 형성된 시점에 토지를 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 보상가는 시세의 30~80% 선인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세와 큰 차이가 있다. 진명기 JMK플래닝 소장은 “특히 임야에 투자한 이들의 피해가 크다”며 “이미 시세가 크게 오른 지역에 대한 추격 매수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